[반복되는 아동학대, 허점 어디인가] <하>
업무 담당자 주먹구구식 발령… 지역 편차 심각

게티이미지

‘양천 입양아 학대 사건’ ‘여수 영아 사망 사건’ 등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서둘러 배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엉성한 업무분장 때문에 현장 곳곳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곧 예방 공백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현장에서 꼽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인력 부족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A씨는 8일 “우리 구는 전담공무원이 한 명이라 밤에 혼자 남성 가해자를 만나러 가는 경우 솔직히 너무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만약 가해 부모가 ‘주말에 보자’고 하면 휴일에도 업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또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과 공무원이 함께 출동해야 하지만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경찰과 시차를 두고 학대 의심 가정에 방문하면 가해자의 불만이 쏟아진다. A씨는 “‘아까 경찰이 다녀갔는데 왜 또 왔느냐’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속상해했다.

현장 인력 부족은 곧 ‘예방 구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구청은 두 달 동안 학대 사건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넘기지 못한 ‘계류 사건’만 15건이다. 이 와중에 월평균 10건 안팎의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다.

만성 인력난을 겪는 와중에 다른 업무에 차출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A씨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관리와 마스크 단속 등의 방역 업무에도 차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22개 지자체에 배치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총 276명으로 지자체당 평균 2.26명에 불과하다. 상당수 지자체에는 전담공무원이 아예 없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서울시에서도 노원구에는 5명이 배치된 반면 용산구에는 단 한 명도 없다. 세종시엔 2명이 근무하지만 충남 천안과 전남 목포에는 각각 9명씩 배치됐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라는 보직이 충분한 준비 없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원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려고 계획했는데 10월부터 급히 하는 바람에 기존 사회복지 공무원이 인사 발령되는 식으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급히 정책을 시행하다보니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복수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에 따르면 현장배치 전 받은 교육은 2주 교육이 전부였다. 1주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라인 강의를 이수하고 나머지 1주일은 아동권리보장원에 가서 모의실험을 해본 게 전부다. 한 전담공무원은 “이 정도 교육으로 학대 아동을 만나는 어려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선도지역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까지 111개 시·군·구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급한 제도 시행보다 적절한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현경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전담공무원에 대한 재교육과 현행 제도의 실효성 평가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의 원인은 너무 제각각이어서 효과 있는 예방·중재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68645&code=11131100&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