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커지면서,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쟁도 촉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정부 지출이 늘면서 일각에서 증세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이를 더욱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기본소득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가며 증액하면 된다”고 밝혔다. “우선 연 20만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목표로 연 50만원을 지급한 후 경제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가면 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라는 주장들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앞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재정적자를 계속 감수할 수도 없다”며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표출될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반드시 필요한 증세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이재명 지사께서 주장하는 ‘국토보유세’도 있고 공공데이터 분배 방식도 있다”고 이원욱 의원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기본소득 찬성론자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적은 금액으로 시작하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이 되려면 증세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탄소세나 데이터세, 토지보유세 등 새로운 목적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형중 정책연구자는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존 소득세제의 역진적인 제도들인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현재 논의가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목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고, 증세 여부는 나중”이라고 말했다.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세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적자가 증가하면서 전문가들이 이미 제기한 바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5월20일 올해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도 <재정포럼> 5월호 기고에서 “중기적으로 효용이 지속되는 공공투자와 같은 지출 확대는 증세와 부채로 나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증세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4일 <한국방송>(KBS)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